반포의 거대한 단지, 래미안 원베일리는 흔하디흔한 대형 문주를 세워 치장하지 않았다. 대신 아파트의 입구는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쇼핑몰, 일명 고투몰의 끝자락과 묵묵히 맞닿아 있다. 고투몰의 끝을 돌아 원베일리로 스며드는 그 모퉁이, 우측에는 묘한 서사를 품은 지하 통로가 입을 벌리고 선다. 재건축의 요란했던 소란 속에 묻혀 있던 그 길은, 이제 지하상가에서 한강으로 흘러드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거쳐 가는 단단한 관문이 되었다. 한때 캄캄하고 눅눅하기만 했던 회색빛 지하도는 스페인 말라가의 햇살과 피카소의 거친 숨결을 입고 생동하는 스트리트 갤러리로 되살아났다. 스페인 말라가의 청년이 그려낸 피카소의 조각난 시선 위로, 국내외 작가들이 빚어낸 서울의 24시간이 겹겹이 얹힌다 통로에 진입해서 몇십미터 걸어 들..